대구문화예술회관(관장 최현묵)은 대구 미술계 중견작가들이 활동을 지원하고, 작가로서 재도약하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2019 올해의 중견작가>전을 개최한다. 전시는 이기성, 변미영, 남학호, 김종언, 서옥순, 5명의 작가가 참가하여 신작을 보여주고, 10월 10일부터 11월 9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6~10전시실에서 열린다.
올해의 중견작가전은 지역 미술계 허리 격인 중견작가들의 활동을 제대로 조명하고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한다는 지역 미술계 요청으로 2016년부터 개최되기 시작하였다. 이 전시는 40세 이상의,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중견작가들을 추천·선정하여 5명 각각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에게 기존의 공간보다 더 넓은 발표공간을 제시하고, 작가의 새로운 시도와 자유로운 해석을 이끌어 냄으로써 자기 발전과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 참가하는 이기성(b.1959), 변미영(b.1964), 남학호(b.1960), 김종언(b.1965), 서옥순(b.1965)은 50대의 중후반의 작가들로 자신의 개성이 뚜렷하고 꾸준한 발표로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들이다. 이번 전시에서 이들은 최근 제작한 신작을 중심으로 참신한 시도를 대거 선보이고, 기존에 비해 대형화된 작품으로 공간과 어우러진 작품을 보여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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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불편한 진실-난민, 가변설치, 2019 |
이기성은 물질이 가진 본성을 탐구하고, 물질의 본성을 드러내는 시도를 해왔다. 최근까지 자성의 힘을 이용해 철가루들의 움직임을 표현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불편한 진실’이라는 주제로 물질을 대면하면서 느끼는 물질의 본성과 관자와의 관계를 탐색한다. 잘려진 나무뿌리와 200여벌의 옷 등의 쓸모없는 물질을 다량 설치해 두고 작가의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한 채 관람객에게 묵직한 물음을 던지고 소통을 시도한다.
김석모(포항시립미술관 학예팀장)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평론에서 이기성 작품에 대해 "쓸모없어 버려진 옷의 이미지는 바닥에 떠다니는 나무뿌리와 의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전시장에 흩어진 나무뿌리들은 ‘삶의 터를 포기하고 유랑할 수밖에 없는 난민들’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이러한 은유와 함께 결함 때문에 버려진 옷들은 자신들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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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불편한 진실-난민, 가변설치, 2019 |
와 상관없이 절망과 위기에 내몰린 사람들의 흔적으로 읽혀진다. 그런데 난민을 ‘어떠한 위기 때문에 원치 않게 다른 곳으로 내몰린 사람들’로 규정한다면 우리 모두는 난민이다. 비단 정치나 종교적 난민이 아니더라도, 무언가가 우리를 원치 않는 곳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일생을 떠도는 것이 현대인이 아닌가?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지만 도처에 존재하는 이러한 존재적 위기를 작가는 ‘불편한 진실’이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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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영 2019, 遊山水45-65,판넬위에 혼합재료, 아크릴릭, 금박,은박 |
변미영은 산수 시리즈를 전개해 왔고, ‘산수에서 놀다, 산수를 즐기다’라는 뜻의 ‘유산수遊山水’시리즈를 제작해왔다. 자연에서 유유자적하는 상징물을 제시하는 그의 작업은 현실보다는 이상을 노래한다. 왕관을 쓴 새나, 폭포와 계곡,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꽃과 같은 상징물을 대담한 색채구성과 질감으로 표현한 신명나는 풍경을 보여준다. 그러나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색채는 작가의 지난한 색채의 겹침과 마모를 반복해 가는 과정이 집약된 결과이고, 관객으로 하여금 하나로 단정할 수 없는 색의 오묘한 깊이와 질감을 느끼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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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영 2019, 遊山水71-71, 판넬위에 혼합재료, 아크릴릭, 금박,은박 |
평론가 이선영은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는 놀이’을 통해 " 이름 붙일 수 없는 색만 진짜 색이라던 누군가의 말은 변미영의 작품에 해당된다. 작업에서 노동의 분량은 상당하다. 그러나 노동이 전부는 아니다. 노동은 자유로운 놀이를 위한 전초작업일 따름이다. 작가의 ‘놀이’는 레고나 도미노 게임처럼 오랜 시간과 체력 그리고 집중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유산수라는 다소간 느슨해 보이는 표현은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표현하는 것에 가깝다. 이전의 시리즈에 있었던 즐거움이나 휴식, 그리고 개화라는 개념 또한 마찬가지이다. 예술은 현실이기 보다는 이상이다. (중략)
어느 것도 완전히 자기를 주장하지 못한다. 모든 것은 관계망 속에서 작동된다. 화면은 이를 통해 시간성과 역사성을 설득력 있게 담는다. 주체 또한 그러한 과정의 산물이다. 지우기를 통해 나타나는 색처럼 주체 또한 마찬가지이다. 나를 비움으로서 그때그때에 걸 맞는 작품으로 충만하게 재탄생할 수 있다. 그것은 온통 자아의 의도와 취향과 전략으로 가득 찬 억지스러운 결과물이 아니라, 비우고 지워서 드러난 미지의 것이다. " 라고 변미영 작품에 대해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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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호_ 석심(소원)1902, 220x126cm(130호) Acrylic on Canvas |
남학호는 조약돌 시리즈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조약돌을 과장된 크기와 극사실적으로 묘사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대상을 생경하게 느끼도록 한다. 그는 1000호가 넘는 대형 캔버스에 바위 같은 크기의 조약돌을 표현하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자극을 주고, 대상이 내포한 은유와 상징을 다시 살피도록 한다. 작가는 돌에 추억, 그리움, 고독 등과 같은 마음을 표현하고, 자연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생명력을 부여한다. 또한 한 마리 나비를 통해 자연 속에서 이상향을 찾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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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호, 석심(생명)1729, 162.2x97cm, Acrylic on Canvas, 2019 |
평론가 장미진은 ‘그리기의 역공법-남학호의 돌 작품세계’라는 글에서 "이 같은 작가의 작업 방향을 돌아볼 때, 오늘날처럼 다변화해 가는 미술상황 속에서 흔들림 없이 무언의 한 물상과 40년 넘게 대좌對坐해오고 있다는 것은 작가의 범상치 않은 구도자적 자세를 엿보게 한다. 면밀한 자연관찰을 전제로 하여 작가의 마음을 옮기는 것이 동양 전통미술의 요체라면, 개성적인 심상 구도와 공간운용을 통해 초물상적超物像的인 감각을 유발시키는 일련의 시도는 조약돌이라는 소재를 관통하여 무한한 대자연의 섭리를 환기하려는 작가의 예술의지(Kunstwollen)를 반영한다. "라고 작가를 평했다.
김종언은 최근 몇 년간 줄기차게 설경을 그리고 있다. 그의 설경은 자연의 풍경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삶의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좁은 골목과 가파른 산동네의 계단, 삶의 고난과 애환이 담긴 곳을 찾아 그것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데, 그러한 풍경을 채집하는 과정은 자신의 마음의 고향을 찾아가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추운 한겨울을 표현하면서도 그림 속 어딘가 따뜻한 불을 밝히는 그의 설경에서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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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언, 밤새... 홍제동 65.2x91, oil on canvas, 2019 |
김영동(미술평론가)는 ‘눈 오는 밤의 세상을 그리다.’ 평론을 통해 "작가는 밤이라는 시간의 경과를 그림으로써 독자적인 분야를 개척한다. 그 결과 일광 아래서 본 풍경이 아닌 탓에 다채로운 채색의 일반적인 화풍에서 벗어나 있다. 특유의 잿빛 톤이 지배적이면서 절약된 팔레트가 바로 그의 주조색이 된다. 화면은 어둠 속에 가라앉은 사물들로부터, 눈에 덮여 반사하는 빛의 여명 속에 희미하게 드러나는 마을 전경을 무채색에 가깝게 그린 것이 화폭 전면을 차지한다. 거기서는 오로지 가로등 빛, 자동차의 서치라이트 조명 또는 동네의 주택가 실내에서 새어나오는 광선 정도로 채색의 전 효과를 대신하고 있다. 작가가 대면한 작품의 ‘시간’은 어둠의 깊이와 밤의 고요함이 극대화되는 순간을 향해서 혹은 뒤로하며 경과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중략)
재현 그 이상의 의미를 바라며 조형주의적인 태도를 피하고 사실에 핍진하고자하는 작가의 자세는 자연히 현실의 누추함도 왜곡 없이 그대로 드러낸다. 우리 삶의 진실은 누추함에 가깝고 꾸미지 않을 때 그 진정성이 엿보이지 않는가. 거기에 우리의 정서를 따스하게 감싸 안고 포근함과 나아가 어떤 명랑함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회화적 표현의 솔직함 덕분이다. "라고 작가를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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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언, 밤새... 광주 남문로, 162.0x112.0, oil on canvas, 2019 |
서옥순은 눈물에서 착안한 설치 작품을 보여준다. 작가는 지금까지 바느질과 수, 천과 같은 재료로 작가의 손길과 노동이 집약된 작품으로 마음속 깊이 침잠된 감성과 다양한 상징을 표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는 절정의 감정이 표출되는 형태인 눈물을 모티프로 작품을 구상하였다. 눈물은 간단히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과 삶의 서사 등이 얽혀져 표출된 결과이다. 작가는 그러한 감정의 표현을 삶에 밀착된 소재인 천을 사용해 다양한 질감, 색깔, 집적된 형태로 눈물의 복합적인 의미와 깊이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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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옥순, Tears 2018-2 _ 430x60x600mm _ Mixed media 2018 |
평론가 김성호는 "서옥순은 ‘자신에게 솔직하게 자문자답하는 자화상의 변주와 변용’으로 자신의 작품을 진척시켜 왔다. 그것이 그간 '존재(Existenz)'라는 무거운 화두를 성찰하는 것으로부터 ‘이미지와 질료’의 문제를 탐구하고 ‘눈물’을 의미를 모색하는 것으로 점차 전개해 왔음에도 여전히 그것은 작가 서옥순의 자화상의 연장선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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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옥순, Tears 2019-1 1410x50mm Mixed media 2019-1 |
이 모든 눈물을 하나로 만든 것은 ‘중성성을 가시화하는 눈물의 결’이었다. 이것은 희로애락의 감정과 세월이 하나로 그릇 안에 담긴 눈물이다. 이러한 중성성의 맥락은 작가 서옥순의 눈물에 대한 상념으로부터 모든 타자의 눈물로 전이한다. 커다란 캔버스 천 위에 새겨진 작가의 눈을 감은 커다란 자화상이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가볍게 흔들리면서, 또한 벽에 걸린 채 똬리를 물고 동심원을 만든 응축된 커다란 눈동자 조각이 가느다란 눈물 줄기를 통해 관객과 시선을 주고받으면서 그 ‘눈물’은 전이된다. 이제 작가 서옥순의 ‘눈물에 대한 상념’은 전시장에서 맞닥뜨리는 관객과 함께 ‘눈물을 위한 상념’으로 전이된다. 눈물! 그것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으니 내가 이제 그것을 기억할 일이기 때문이다. "라고 ‘눈물을 위한 상념’ 이라는 평론글에서 밝힌바 있다.
전시 개막식은 2019년 10월15일 오후 6시이며 부대행사로 인터뷰상영 및 작가와의 대화를 19일 2시, 4시에 가질 예정이다. 문의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실로 하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