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김결수 개인전 at.일본하쿠갤러리
  • 노동으로 나타난 현실존재
  • 현대미술 작가 김결수가 일본에서 개인전을 연다. 2019년 9월 23일 에서 28일 까지 6일간 일본 오사카 하쿠갤러리(http://galleryhaku.com/)에서 열린다.


    나의 작업은 물질세계에 있는 모든 구체적이며 개별적인 존재 자체 속에 절대적으로 있는 것처럼 여겨 사물의 범주에 들게 한다. 없지만 있는 것으로 여기는 범주와 표현되어 사물의 범주에 포함된 것 사이에서 찾는 인간의 조건을 이루는 것은 <노동과 효과>라는 매우 중요한 순간을 대변한다. 중요한 순간을 대변하는 작업은 대상이 진화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며 표현하려는 의도와 표현의 수단이 서로 나란히 경쟁하는 방식이다.


    꿈 없는 노동에도 자기 확인을 하려는 숭고한 모습이 있다. 대상이 진화하는 과정에 또 다른 의미를 덧붙인다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는 노동과 효과라는 제목에 함축하고 있다. 노동은 사전적 의미로서 경제활동을 통한 재화 창출인데 자본, 토지와 함께 생산요소이다. 그리고 노동은 보수를 대가로 한다는 점에서 취미(趣味), 여가(餘暇) 같은 활동과는 구별된다. 나의 의도는 예술가로서의 삶과 직업의 관계를 드러낸다. 직업인이고 생활인으로서의 예술가와, 예술 방법의 고민은 노동이란 단어 속에 충분히 숨어 있다.

    세월의 흔적이 흠뻑 묻어 있는 오브제들을 발견하고 그것에 각인된 세월의 레이어를 탐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즉 나로 부터 ‘발견된 오브제가 함유하고 있는 흔적의 ‘원(原)사건’을 추론하고 해체,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자신만의 해석으로 시간과 공간에서 발생하는 인과관계로 엮어진 실제 혹은 허구적 사건들의 연결에서 찾고 있다.

    다분히 원사건을 재전유하는 김결수 만의 미술언어로 연주하는 제의적 진혼곡이 된다.

    ‘예술적 영매(靈媒)에 기초하고 창출하는 작품들은 발견된 오브제를 만들어진 오브제로 변환하는 영매의 기술을 통해서 지금과 과거를 매개하고 ‘사물로서가 아닌 또 다른 주체’로서의 오브제와 그것의 ‘옛 존재’로서의 삶을 위로하고 어루만지며 만들어진 작품은 제의적 기법의 활용으로 놀이성을 제고시키고 있다.

    알베르 카뮈는 시지푸스는 “바위를 산 정상으로 굴러 올렸으나 미끄러져 떨어질 줄 알고도 바위를 굴리는 것과 밀어 올린 바위가 굴러 떨어졌을 때 다시 바위를 올리려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노동의 끝없는 자기 확인을 인간승리”라고 했다.


    시공간성 그리고 환경성을 가진 오브제에 의해 설명되는 정신적 이야기는 노동에 의한 손길을 거쳐
    현대적 개념에 의한 설치와 평면의 새로운 이야기로 나타나게 된다.

    효과는 어떤 목적을 지닌 행위에 의하여 드러나는 보람이나 좋은 결과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일이고 작품에 나타나는 색채의 배치나 조화를 합쳐 노동의 결과로서 살아가는 존재감 가진다.

    단순한 노동의 반복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두드러진 시각적 효과를 주지 않는다. 그것은 무언가를 만들거나 누군가의 눈을 의식한 보여주기가 아니라 나만의 노동 행위의 흔적으로 남겨진 작품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기 확인이며 물리적 고통과 시간을 수렴하는 사물로 본다. 마치 결과의 기대 없이 수행과 고난을 자처하는 구도자의 모습처럼 하잘 것 없고 미미하여 쉽게 드러나지 않는 지난한 노동의 흔적만으로 존재를 확인하게 한다.

    이번 전시 내용은 그림자도 없는 백색 공간의 갤러리가 주는 망각지대를 확장시키고 그 확장은 갤러리 공간에 노동의 그림자 드리우기를 한다.

    삶의 흔적들이 녹아든 오브제에서 발견한 노동의 그림자는 하나의 연결고리로 작용하고 갤러리의 ‘안’과 ‘밖’을 연결하게 한다. 그 고리는 갤러리 안과 밖, 그 사이 ‘어디’인가에서 우리의 실상과 허상이 교차하는 시간을 의미하며 종이, 철, 자연석과 같은 물체에 네온 빛이 주는 인공의 색채를 덧입힘으로써 오브제를 대상에 머물게 하지 않고 또 다른 주체로 부활시키게 된다. -김결수 작업노트 -

  • 글쓴날 : [19-09-2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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