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결수작가가 오랜만에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Labor&Effectiveness(노동&효과)라는 제목으로 6월13일 부터 23일까지 전시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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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 작업모습 |
작업의 시작은 세월의 흔적을 흠뻑 안고 있는 오브제(objet)들을 발견하고 그것에 각인된 세월의 레이어를 탐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작가로부터 발견된 오브제가 함유하고 있는 흔적의 ‘원(原)사건’을 추론하고 해체,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자신만의 해석과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이다.
미술에서 '오브제'란 ‘사물의 일반적 개념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 의미가 부여된 물체’를 의미한다. 즉 ‘미술이 된 사물’인 것이므로 어떤 규칙에도 얽매이지 않는 오늘날 미술에서 오브제는 창작 주체의 사유나 감정을 자유롭게 찾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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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or&Effectiveness, 불에탄나무, 요강, 카메라, Variable dimen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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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제들은 ‘세상으로부터 세상에 버려지고 던져진 것들’이다. 그것은 발견된 오브제라고 하는 ‘피투(被投)의 존재들’로 그에 의해서 마치 신으로부터 피조(被造)된 존재들처럼 존재의 주체로 간주된다.
오브제란 대상(object)이 아닌 또 다른 주체(subject)처럼 간주 된 발견된 오브제로 부터 세월의 흔적과 어떠한 사건의 스토리텔링을 읽어내고 있듯이 나무에 대못이 무수하게 각인되어 있는 유흥거리에서 게임용으로 발견된 ‘나무와 못’으로부터 그는 그것의 원소유주가 일상처럼 벌였던 장사 속 망치질의 흔적을 대면하면서 그 오브제를 둘러싼 소유주의 처연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 오브제의 피부 위에 새겨진 흔적들이 전하는 무언의 발화와 행위를 자신의 조형언어에 의한 변형, 변주로 작가만의 해체와 재전유의 방식을 여실히 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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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or&Effectiveness, 불에탄나무, 요강, 카메라, Variable dimension(Section) |
전유(appropriation)의 어원적 의미는 ‘무언가를 가져와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련의 행위’이다. 오브제의 원소유자의 이야기를 해체하고 재구성하지만 그것의 본래적 의미를 은폐하거나 소멸시키지 않으며 오브제의 원래적 의미를 가져오는 전유로부터 자신의 작업을 시작하지만, 그것을 다시 라는 의미를 재고하는 재전유를 귀결점으로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전시의 현장으로 이동시킨 ‘대형 철 물통’의 이야기와 화재로 소실된 방앗간 ‘대들보’, ‘알류미늄 캔’등 삶의 현실 속 필요조건 그것들로부터 그 옛집 주인의 이야기가 해체되고 재구성되지만, 그것은 언제나 원전을 은폐하거나 소멸시키는 전유가 아닌 원전의 오브제의 의미를 확장하는 재전유의 의미로 전개되고 있으며 오브제에 각인된 특정한 흔적의 사건들을 폐기하거나 은폐하지 않고 그것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자신의 예술적 경험을 지속적으로 투사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사건 현장의 탐구에 의한 오브제 발견에 무모하리만치 지난한 노동의 과정들로 집적되고 발현된다. 그가 작가노트에서 언급하는 ‘노동과 노동 효과(Labor and Effectiveness)’란 오브제의 안, 즉 질료의 세계에 투여하는 노동이자 그것이 발현되는 효과이다. 그것은 눈에 쉬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삶의 현장에서 폐기물이 된 고철이나 들보와 같은 ‘발견된 오브제’에 지난한 노동을 투여해서 창출하는 작가의 ‘만들어진 오브제’는 마치 장인의 그것과 비견할 만하고, 그것은 물질의 안으로부터 밖으로 스멀스멀 배어나오는 오브제의 세월만큼이나 길고도 지난한 노동의 결과물이다.
여러 종의 음료용 알류미늄 캔을 자르고 펴서 수많은 망치질에 의한 질감의 변화를 만들어낸 결과물은 실제로는 엄청난 시간을 투여한 노동들이 반복적으로 집적되어 발현된 것이고, 자신의 미학의 본질을 이미지 표층의 껍데기가 아닌 오브제의 심층 혹은 질료적 내면으로부터 발견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동양적 선문답(禪問答)에 가까운 조형적 태도로 오브제의 내면을 재전유하는 지난한 육체적, 정신적 노동으로 부터 기인한다고 하겠다.
작가가 창출하는 작품들은 발견된 오브제를 만들어진 오브제로 변환하는 영매의 기술을 통해서 지금과 과거를 매개하고 사물로서가 아닌 또 다른 주체로서의 오브제와 그것의 옛 존재로서의 삶을 위무하는 현대의 제의적 진혼곡이라 할 만하다. 전시문의 010-4501-2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