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이하 양): 내년 대구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을 젊은 예술가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고자 네 분의 예술가와 사각기자들 그리고 필진 한 분을 모셨어요.
신준민(이하 신): 대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준민입니다. 대구에서만 살아왔고, 대구를 기반으로 대구의 풍경을 위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백창하(이하 백): 대구에서 연극을 하는 백창하라고 합니다. 6년째 활동하고 있고, 배우 생활을 하다가 연출로 완전히 전향한 지 한 2년 되었습니다.
이용한(이하 이): 대구에서 트럼펫 활동을 하는 이용한입니다. (트럼펫을) 시작한 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배유환(이하 배): 배유환입니다. 27살이고 영남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계속 작업하고 있습니다.
김지영(이하 김): 저는 사각 잡지에 리뷰를 기고하고, 관객의 소리라고 연극과 뮤지컬을 좋아하는 팬들의 모임을 운영하는 김지영입니다.
손: 신준민 작가님께서 이제까지 해왔던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신: 대구의 풍경을 소재로 그림 그리고 있는데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을 배경으로 1년 동안 계절별로 다니면서 작업의 소재를 찾는 작업을 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으로 옮겨 그곳만 계속 그렸어요. 그리고 요즘은 제 삶도 그때와 또 달라지다 보니 어떤 특정 공간에 들어가 그리기보다 일상에서 편하게 오가는 길, 작업실 주변 골목, 집 주변에 있는 강변 산책로 등 일상적인 풍경을 주로 그리고 있습니다.
손: 달성공원에 굳이 가서 그리셨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 풍경을 소재로 그리지만, 내면의 감정을 풍경에 투영시켜서 표현하고 있어요. 문득 겨울에 동물원이 그릴 게 많을 것 같아서 가봤는데 어릴 때 (달성공원) 동물원을 갔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보였어요. 겨울이다 보니 사람들도 없어서 한적했어요. 적막하고 오래되어 낙후된 느낌, 쓸쓸한 느낌과 교감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철조망의 수많은 선과 같은 조형적 요소들이 되게 많았어요. 그런 부분을 어둡고 세상의 슬픔을 표현해보자는 생각으로 해봤어요. 그 당시에는 아름다운 색채를 쓰는 것보다 그런 점들을 표현하고 예술로 소화해내면서 저에게 되게 위로가 되었어요.
양: 다른 분들은 요즘 하는 작업, 근황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한 분 한 분씩 소개를 해보도록 할까요?
백: 저는 ‘소묘’라는 이름의 극단을 창단 해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창단한 지는 꽤 되었는데 활동을 안 하다가 작년부터 정기 공연을 제작하면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뮤지컬과 연극을 제작했었고, 개인 활동으로 연출부 활동을 계속하고 있어요. 2018년에는 국립 극단의 ‘텍사스 고모(최용훈 연출, 윤미현 작)’라는 작품의 연출부로 갔다 왔고, 바로 ‘애자’라는 작품으로 공연을, 지금은 대구시립극단의 ‘인형의 집’이라는 작품 조연출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1월 말에 올라갈 예정이고 지금 정신없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저는 아직 경력이 1년도 안 됐어요. 막 졸업하고 이제 활동하는 거라서…. 졸업한 뒤에 대구 북구 문화 재단에서 신춘 음악회를 했는데 거기에 초청을 받아 연주했고, 노보 필하모닉에서 트럼펫 주자로 뽑혀서 지금도 계속 활동하고 있어요. 오페라하우스나 객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5중주로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배: 저는 쓸모없는 것에 대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쓸모없다고 하는 것은 원래 있던 용도를 일부러 없애버리고 제가 다시 용도를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수창청춘맨숀에 설치한 종도 원래는 쓰레기통이었는데 그걸 버튼을 누르면 제 목소리로 ‘댕~’하면서 소리가 나오는데 원래의 쓰레기통 용도가 아니라 새로 용도를 바꾸는 방식입니다. 하도 주변 사람들이 저보고 ‘쓸모없다’라고 말을 하는데 제 작품 세계 안에서는 제가 어떤 용도든 부여할 수 있는 전지적인 존재가 되는 거죠.
양: 이미 오랫동안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은 청춘들의 고충이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어요. 예술 하시는 청년의 입을 통해서 현재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들어보고자 합니다.
배: 어렵다는 생각은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제가 게을러서 힘든 것 같아요. 최근 드는 생각은 움직이는 작업을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했어요. 다른 좋은 작업도 많은데 움직이거나 소리가 나는 작업에 눈이 확 가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키네틱(아트)이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전까지는 정적인 것으로 (작업) 하다가 작업 방식은 비슷하고 작품만 움직이는 쪽으로 했는데 갑자기 반응이 좋아지더라고요. 저는 바뀐 게 없었거든요.
김: 저는 관객의 관점에서 작품을 감상하다 보니까 드는 생각인데 SNS의 영향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미술 작품이라는 것 자체를 비전공자들은 조각이든 회화든 어렵다고 느끼는 게 없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영상이나 소리가 들어가면 접근성이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사진을 업로드할 때도 실험적인 것들을 올릴 때 보는 맛도 있어서 반응이 좋지 않았나 해요.
손: 김지영 씨는 관객의 소리라는 것을 운영한다고 하셨는데 이게 페이스북 페이지 같은 건가요?
김: 저희는 네이버 카페로 많이 활동하고 있고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도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블로그가 주 활동 무대예요. 저희는 전국에 있는 뮤지컬 매니아들을 상대로 하는 모임이고, 6개월에 한 번씩 작품을 5개 정해서 토론을 해요. 토론한 것들을 모아서 블로그에 업로드도 하고, 책으로 만들어서 소장합니다. 저희가 모임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어서 여러 가지 시스템적으로 시도를 하고 있어요.
손: 지역을 대구에만 한정하지 않고 전국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 저희 모임은 대구에서 해요. 뮤지컬의 도시이기도 하고. 이런 문화가 서울에 너무 집중되어 있는데 저는 그게(수도권 문화 인프라 집중)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회원을 받을 때도 지방 사람 우대로 받았었고, 모임은 대구나 대전에서 하겠다고 했어요. 전국에 뮤지컬을 좋아하는 팬들, 매니아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잘 없어요. 뮤지컬이라는 것은 고가의 취미다 보니 개인적으로 관람을 하는 게 많아요. 이것도 덕질의 일부잖아요. 덕질이라는 것은 함께 해야 즐겁거든요. 서울에는 (공감대가 맞는) 사람들을 많이 모을 수 있지만, 지방 사람들은 그런 것들이 접근하기 어렵고 공감할 수 있는 길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객의 소리라는 것을 창단하게 되었습니다.
양: ‘예술도 덕질이 될 수 있다’라고 보는 거잖아요. 나이 드신 분들은 ‘덕질’이라는 용어를 잘 모르실 수 있는데 ‘덕질’이란 돈과 시간을 할애해서 무언가에 파고드는 것을 말합니다.
박: 예술이 덕질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요.
양: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일 것 같아요. 사람들이 예술을 덕질하면 이분들도 예술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잖아요.
백: 사실 뮤지컬 같은 경우는 심지어 ‘뮤덕(뮤지컬 덕후)’이라는 말도 있고, 그만큼 매니아 층이 되게 큰 영향을 작용해요. 이 부분은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무대 공연 예술은 관객이 티켓 수익을 내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예요. 그런데 뮤지컬 같은 경우는 뮤지컬 매니아 층, 쉽게 말해 뮤덕들이 뮤지컬 시장을 이루고 있어요. 하지만 단점도 있어요. 지금의 대형 상업 뮤지컬만 봐도 공연을 기획, 제작하는 분들이 매니아 층들을 위한 공연만 자꾸자꾸 생산해 내는 것 같거든요. 그런 게 살짝 아쉽긴 하죠. 물론 티켓이 팔리고 문화가 활발하게 자라날 수 있는 건 참 좋아요. 좋은 뮤지컬들도 많이 제작되었고. 하지만 약간 한국은 유독 생산되는 대형 상업 뮤지컬들이 다 비슷한 것 같고, 그 타겟이 소수의 뮤지컬 매니아들을 위한 창작물들이 많이 나와요. 그 매니아 층들 말고 타겟층을 좀 넓혀서 다른 일반 관객들도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업물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박: 최근 뮤지컬 라이온킹을 대구에서 공연하면서 뮤지컬 덕후들, 뮤덕들이 일반 관객들의 관람 태도에 대해 불만이 많이 나왔다고 들었어요. 회전문을 돈다고 하죠. 뮤덕들이 한 공연을 여러 번 보면서 지출하는 티켓 수익을 무시할 수 없는데 뮤지컬 매니아들과 일반 관객들, 어느 쪽에 비중을 두어 해결하는 게 옳다고 보시나요?
백: 저는 되게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일반 관객들도 중요하고, 매니아 층도 중요하죠. 그 기준이라는 건 관객들끼리 소통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극장 사전 오프닝 멘트로 사진 찍지 마라, 떠들지 마라, 음식물 먹지 마라, 핸드폰 꺼라, 자리 이동하지 마라, 공연 중에 나가면 못 들어 온다. 가이드라인을 그어놨기 때문에 극장 내에서 그 기준만 준수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라이온킹은 사실 고퀄리티의 아동극이잖아요. 아이들도 봐야 하는 공연이고, 비싼 돈을 내고 오는 뮤지컬 덕후들도 중요하지만, 일반 관객들, 어린 관객들도 중요해요. 극장에서 정해주는 가이드라인만 준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손: 얼마 전 서울의 대림 미술관에 갔었는데 사람들이 정말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많더라고요. 근데 대구의 미술관이나 전시관은 여유롭거든요. 사람들이 사진 찍고 SNS에 올리려고 전시에 많이 가는 것 같아요.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배유환 작가님과 신준민 작가님께 듣고 싶습니다.
신: 그 부분은 애초에 대림 미술관과 디뮤지엄이 SNS 콘텐츠가 활성화되는 시점에 맞춰서 변화를 꾀한 거죠. 예를 들어 일반 미술관들은 각자 지역과 작품성을 위주로 미술에 대한 연구와 전시를 한다면, 대림 쪽은 사립 미술관이기 때문에 추세에 맞춰 변화했고, 대박을 터트린 케이스예요. 요즘 젊은이들의 포토존(Photo Zone)과 같은 트렌드를 잘 이용했죠. 작품성보다 우리는 시민과 대중들에게 어떠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눈요기, 아름다움을 주겠다고 취지가 바뀌었어요. 그런 미술관도 필요하고, 대관 공간이나 지역성이 있는 공간에서 예술성이나 작품성을 보여줄 수 있는 미술관도 필요해요. 각자의 역할들을 하고 있다고 봐요.
배: 대림 미술관에 갔을 때 느꼈던 점은 디스플레이 자체가 대림은 다른 미술관과는 완전 달랐거든요. 전통적인 방식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문화라는 건 다 같이 즐길 수 있어야 문화거든요. 미술을 잘 아는 일부만 미술관에 가서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즐길 수 있어야 문화고 미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림 쪽에 사람들이 몰렸다는 것 자체가 문화이자 예술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양: 저도 생각이 비슷한 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잘 안 보기 시작하니까 전통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잖아요. 어찌 보면 현재는 잘 안 보게 되고 사장된 거죠. 그 이유가 틀에 자꾸 맞추려고 하다 보니까 예술의 본질을 잊어버려서 전통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술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표현하고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행위인데 전통 예술을 했던 많은 사람은 전통 예술의 형식에 좀 더 무게를 뒀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이 점점 흥미를 잃고 사장되어 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 클래식도 덕후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만큼 클래식은 문화 예술적인 부분이 미흡해요. 콘서트에 오는 사람만 오고, 그 수가 희소해요. 사람들에게 홍보할 때도 크게 홍보를 해야 사람들이 많이 오고, 그리고 사람들이 비상임, 들어보지 못한 콘서트 이런 곳은 거의 오지 않거든요. 시립 교향악단, 어느 교향악단에만 사람들이 많아 오고 다른 단체들은 많이 오지 않기 때문에 대중들과 소통할 기회가 적어요. 그래서 힘든 점도 많아요. 저희가 클래식 음악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저희 음악을 보여주고 클래식이 어떤 음악인지 들려주고 소통하고자 하는 거예요.
손: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이 듣기에는 어렵게 들릴 수 있잖아요.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여쭤보고 싶어요.
이: 클래식 중에서도 쉬운 음악이 있고 듣기 어려운 음악이 있어요.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작곡가부터 시작해서 모차르트, 하이든, 현대까지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고전파, 낭만파처럼 고전 음악에는 접하기 쉽고 알기 쉬운 메들리가 많아요. CF에서도 많이 사용되니까요. 현대로 갈수록 음악이 더 복잡해져요. 반주와 메들리가 완전 따로 놀고 불협화음을 활용해서 음악(음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틀을 탈피하고자 시도하고 그러한 음악을 분리된 음악이라고 해요. 현대 음악은 분리된 음악이 많아서 사람들이 이해하기가 어렵거든요. 미래 지향적인 느낌이 현대 음악의 중점이에요.
양: 각자 다른 장르 예술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어떠세요?
신: 결국은 장르나 표현법이 다를 뿐 각자 생각하는 예술에 대한 지향점은 다들 같지 않을까 합니다.
백: 예술이라는 건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본인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녹여서 표현하는 것이라 다들 멋있고 존경스럽습니다.
백: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과 만날 기회가 잘 없어서 궁금한 점이 있어요. 공연 예술은 티켓을 팔든 공연 제작으로 수익이 나오든 남는 게 있거든요. 미술 하는 분들은 수익을 어떻게 갖는지 궁금했거든요.
배: 제가 말씀드리는 부분은 조각가의 생계가 아니고 개인적인 생계임을 말씀드립니다. 저는 전업 작가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평소에는 선배님들의 어시스던트로 들어가서 일을 도와드리고 용돈 좀 받는 것처럼 일을 해요. 작품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말은 제가 지금 27살(좌담회 당시 기준)인데 제 나이에는 거의 없지 않나 해요. 제가 2년간 하면서 작품으로만 돈을 벌었다 하는 돈은 전시하면서 받은 페이 정도. 작품 재료비가 30만 원 들었는데 작품을 팔아서 번 수익이 30만 원일 때도 있었다. 다른 곳에서 돈을 벌어서 재료비로 쓰고, 또다시 재료비를 만들고 그 돈으로 작품을 하는 식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양: 그러면 딱 생계만 유지할 정도가 된다는 말씀인 거네요. 배 작가님께 여쭸는데 신 작가님이 옆에서 그렇죠, 그렇죠, 하시더라고요.
신: 그림이 안 팔리니까 그림만 그려서는 못 먹고 산다, 본인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다른 곳에서 일을 해와야 표현하고 싶은 것을 흔들리지 않고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말을 해요. 그림만 그려서는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부분, 그림이 수요에 따라 바뀔 수 있어요. 그런데 대중적인 코드로 그림을 그리는 게 맞는 친구들도 있어서 그렇게 그리는 친구들은 또 생계를 유지할 수 있죠. 하지만 대중과 반대의 부류인 친구들은 본인 작업이 아닌 다른 일을 하라고 말을 해요. 저 같은 경우는 작년까지 백화점에서 서비스업으로 주말에는 일하고 평일에는 작업했어요. 다들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본인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서 먹고 살고 전업 작가로 살 수 있는 사람은 1%밖에 없는 것 같아요. 또래 중에서도 100명 중에 두세 명 정도 될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작품을 계속 팔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에요. 미술품 구매 자체가 일반 시민들에게는 아직 문화가 생성되지 않은 것 같아요. 외국 같은 경우는 1가구 1그림 정도로 미술품 구매가 문화로 형성이 되어 있는데 한국은 아직 미술품 구매가 부담스러운 영역인 것 같아요. 시장 구조도 마찬가지고요. 이러한 벽을 허물려면 시간이 좀 지나야겠죠. 그렇지만 젊은 세대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SNS를 활용한 소통의 발달로 인해서 시장도 조금 열리지 않을까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요즘은 팬시나 마켓도 많이 열리고 있고 그런 걸 좋아하는 여자 작가들은 자기 작품을 굿즈화 시켜서 판매, 소통하고 있기도 해요. 본인이 관심만 있다면 재밌게 돈도 벌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은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양: 요즘 예술의 트렌드는 뭘까요?
백: 공연 예술은 관객을 모시고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라서 어떻게 하면 관객이 공연을 재밌게 볼 수 있을까 하는 원초적인 고민을 계속해요. 요즘 관객들은 매체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거든요. 그래서 영상을 어떻게 연극에 데려올지, 연극의 막, 세트 전환을 어떻게 하면 빨리할 수 있을지 고민해요. 이런 종류의 고민은 몇 해 전부터 많은 연출가가 고민하고 실험하고 있어요.
손: 요즘 TMI(Too Much Information)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처럼 요즘은 Too Much Technology라고 생각하거든요. 얼마 전에 ‘공산살찌니’라는 연극을 봤는데 기술이 너무 많이 들어온 게 아닌가 합니다.
백: 맞아요. 장르의 본질적인 재미가 있을 텐데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극장에 안 들어올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고민해야 하는 건 그러한 기술을 이질감이 들지 않게 융화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클래식은 연주자보단 작곡가가 그러한 고민을 하죠. 클래식과 국악의 콜라보(collaboration, 협업)처럼 다양한 장르의 콜라보를 하면서 음악의 저변 확대에 도움이 돼요. 창작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클래식은 오히려 창작과 접목하면 어려워지고 그러면 사람들은 음악을 떠나요. 그래서 오히려 더 클래식한 음악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어요.
배: 미술은 장르의 구분을 짓지는 않는 것 같아요. 어떤 재료를 써도 상관없어서 한계가 없는 것 같아요. 기술이 들어와서 안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가만히 있는 게 더 보기 좋은데 억지로 기술을 사용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신: 클래식과 같은 이야기인데 새로운 기술이 어떤 것과 융합되고 복합되면서 새로운 것이 많이 나올 텐데 한 번씩 다 체험해보다가 결국에는 어떤 장르의 클래식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왠지 그럴 것 같아요.
양: 젊은 예술가로서 대구의 문화 정책이 바뀌거나 도입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을까요?
손: 프랑스 같은 경우는 예술가에게 해주는 지원 정책이 되게 많다고 들었어요. 집도 주고 그 자식도 예술을 하면 그 집을 그대로 물려주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것처럼 바라는 게 있다면?
신: 그래도 대구문화재단이나 서울 예술인복지재단 같은 곳에서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 사업들이 한창 생겨나고 개선되고 있는 지점에 있어서 아직 경험하고 있다 보니까 좀 더 해봐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계속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오고 있기는 해요.
백: 대구문화재단에서 하는 지원 사업도 제가 하는 작품을 도와주는 개념이지 그 지원금만 가지고 공연을 만들고 할 수는 없고, 그 돈으로 수익 활동을 하는 사업들이 아니에요. 지금 하는 사업을 잘 활용해서 제가 하는 작업에 어떻게 보탬이 될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이: 바라는 점은 대구의 음악 시장이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느끼기에 계속 제자리걸음이라서요. 독일로 관점을 보면 작은 시골마다 예술의 전당이 하나씩 다 있어요. 공연장마다 유명한 오케스트라가 다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음악을 많이 접할 수 있죠. 한국은 서울, 대구, 부산 이렇게 큰 도시 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작은 도시는 사람들이 음악을 접할 수가 없죠. 그러니까 더욱 발전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면 한국 음악 시장이 발전하고 사람들이 음악을 많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배: 조그만 의견을 내자면 지원금을 주는 사업은 일회성이고 지속성이 매우 떨어지면서 우리의 생존에 전혀 영향이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일회성으로 그치는 사업이나 정책보다도 어떤 식으로든 일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일하고 정당하게 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양: 앞으로 예술가로 살면서 어떤 예술가로 살겠다, 그리고 내년에는 계획 말씀하시면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신: 지금까지도 그랬고, 어떤 고난과 역경이 몰아칠수록 이것을 견뎌내면 더 강해진다는 신념으로 버텨왔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예술을 위해서 변치 않고 씩씩하고 용기를 잃지 않고 저를 믿으면서 굳건히 가고자 해요. 제 예술을 제가 믿지 않으면 누가 믿어주겠냐는 생각을 끝까지 가져가는 게 신년의 소망입니다.
백: 신년에는 일을 줄이더라도 혼자서 남마 쪽으로 해외여행을 꼭 가보고 싶어요. 하는 것만 하면 안 바뀔 것 같아요. 안 해본 것들을 해보면서 신년에는 내가 좀 바뀌어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 지휘자 선생님께서 음악을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씀에 감동을 많이 받았거든요. 음악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어요. 제가 음악을 하는 것에 있어서 후회는 없어요. 신년에는 자신을 많이 알리고 연주도 많이 하면서 사람들에게 음악을 많이 들려주고 싶어요. 유튜브 쪽으로도 생각하고 있어요.
배: 작업 활동은 제 장사고 제 일이죠. 제가 잘하는 것 같아서 이 작업을 계속하는 거예요. 쓸모없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사회적으로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일입니다. 사는 대로 살아보고 그래도 쓸모없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쓸모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어요. 예술적인 대의가 있지는 않습니다. 새해에는 재료비 계산 실수를 안 했으면 좋겠어요.
좌담회기사 정리 박현정 취재기자 현장 사회 양준혁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