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해링’이 한국에 상륙했다. 키스 해링은 1980년대 뉴욕에서 활동한 아티스트로 1958년 태어나 1990년에 에이즈로 인한 합병증으로 31살의 나이로 죽었다. 그의 동시대 아티스트로는 ‘앤디 워홀(Andy Warhol), 케니 샤프(Kenny Scharf) 등이 있으며 뉴욕에서 함께 활동하였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 그가 활동한 기간은 고작 10여년이지만 당대 미술 사조인 팝아트(Pop Art)에 한 획을 그었다.
키스 해링은 뉴욕 지하철역 내의 광고판을 자신의 도화지로 삼아 비어있는 공백에 분필로 역동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빠르고, 간결하게. 그는 용의주도하게 도망갈 준비가 되어있는 듯했다. 그러나 딱히 자신의 죄의식을 느끼지도, 그를 쫓을 사람들을 피할 필요도 느끼지 않은 듯하다. 그가 작업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는 구경꾼들과 대화를 하는 여유를 보이곤 했다. 결국, ‘꼬리 긴’ 키스 해링은 ‘공공기물훼손’으로 수갑을 차고 경찰에게 잡혀가는 모습으로 방송을 탄다. 그는 ‘경범죄’로 본격적인 아티스트 활동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도주에 용이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림이 단순하게 그려진 것은 아니다. “예술은 이른바 예술을 ‘이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예술은 보편적이며 모든 이들의 삶에 다가갈 수 있다. 예술은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다.”는 말을 남긴 키스 해링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다가가기 쉽도록 그림을 그렸다. 특히 “동물과 영혼의 대변자”라고 생각한 개를 선으로만 그렸지만 누가 보아도 개라고 느낄 수 있고, 또 단순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그렸다. ‘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개로 위시되는 그의 작품은 검고 굵은 선과 강렬한 색채를 가지고 있다.
“예술가는 다른 이들의 삶에 감동을 주고 그들의 삶에 살아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나는 죽어도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살아있을 테니까.”
키스 해링은 자신이 바란 삶을 살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와 협업하여 심심한 무지 티셔츠에 프린팅되어 티셔츠에 활기찬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은 자신의 오른 팔 안쪽에 키스 해링의 유명한 작품인 ‘하트’를 타투로 새겨 넣었고, 종종 그의 타투를 과시하는 티셔츠를 입는다. 키스 해링의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끊임없이 소비되고 있고, 아티스트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고 있다. 그는 죽었지만 실로 살아있다.
10여년이란 짧은 활동 기간이지만 키스 해링은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전시는 일대기와 맞물려 8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가 꿈꾼 ‘모두를 위한 예술’이 어떻게 구현 됐는지 확인 할 수 있다. 키스 해링 탄생 60주년을 기념하여 '키스 해링 재단'과 '나카무라 키스 해링 컬렉션'에서 기획한 것으로, 서울디자인재단과 지엔씨미디어가 공동으로 진행한다.
오는 3월 17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지하 2층에서 열린다.
사진 신정윤 / 그림사진출처 키스해링전(서울디자인재단과 지엔씨미디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