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창작음악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오고 있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은 오는 3월 15일(금) <제454회 정기연주회>에서 작곡가 우종억의 “운율”을 선보인다. 이날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개최되는 이번 무대는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봉을 잡는다. 우종억의 창작관현악곡뿐만 아니라,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9번 “그레이트”와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거장 클라라 주미 강이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첫 무대는 40년 전 대구시향 '제86회 정기연주회'에서 작곡자 우종억의 지휘로 연주된 바 있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 “운율”(1978)로 연다. 트럼페터, 작곡가, 지휘자, 교육자 등으로 활발히 활동해 온 우종억은 1964년 대구시향 창단 멤버이자 트럼펫 수석이었고, 부지휘자를 거쳐 1979년 제2대 상임지휘자로 위촉돼 1986년까지 이끌며 대구시향의 기틀을 다졌다.
그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 “운율”(1978)은 1977년에서 1978년에 걸쳐 일본 도쿄에서 작곡된 작품으로, 악상은 조국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곡명은 작품의 분위기를 고려해 붙인 것이며, 궁중의식에서 연주된 전통음악인 아악(雅樂)의 인상을 새롭게 표현하고자 노력한 곡이다. 2019년에 다시 연주되는 “운율”은 어떤 새로움과 특별함을 선사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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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운율'의 작곡가 우종억 우)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주미 강 |
이어 베토벤, 멘델스존과 함께 세계 3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장식한다. 촉망받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로 손꼽히는 클라라 주미 강이 협연한다. 브람스만의 차분하고 중후한 아름다움이 녹아있는 이 곡은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이 아닌 ‘바이올린에 거역하는 협주곡’이라 불릴 정도로 연주자에게는 최고난도의 곡이다. 이 작품을 초연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도 난색을 표했을 정도로 기교면에서 상당히 어렵다.
클라라 주미 강은 2010년 센다이 콩쿠르와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두며 한국 대표 바이올리니스트로 부상했다. 이후 마린스키오케스트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오케스트라, 스위스 로망드오케스트라, 일본 NHK심포니, 서울시향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다. 2012년 동아일보 ‘한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되었고, 대원음악상(2012), 금호음악인상(2013) 등을 수상했다. 현재 삼성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으며 유럽, 아시아 등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공연의 대미는 슈베르트의 마지막 교향곡, 제9번 “그레이트”로 장식한다. 이 작품은 슈베르트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장대한 작품으로, ‘가곡의 왕’으로 불리던 그의 섬세하고 여성적인 작품 분위기에서 벗어나 베토벤을 연상시키는 역동적이고 남성적인 에너지로 가득하다. 1849년 출판 당시에는 제7번을 부여받았는데,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슈베르트의 교향곡은 제6번까지만 알려져 있었다. 이후 스케치만 남아있던 교향곡 E장조(D.729, 1821)와 “미완성” 교향곡(1822)이 추가되면서 작곡 순서에 따라 “그레이트” 교향곡은 제9번이 되었다.
슈베르트는 1826년 완성된 총보를 빈 음악협회에 헌정하고, 초연을 준비했으나 곡이 어렵고 길다는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1828년 개정 작업을 마친 슈베르트는 안타깝게도 그해 11월 세상을 떠나 초연은 볼 수 없었다. 그의 죽음과 함께 잠들어 있던 이 대작을 깨운 것은 슈만이었다. 슈베르트 사후 10년 되던 1838년, 슈베르트의 유품에서 이 곡을 발견하고 1839년 3월 21일 멘델스존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1년 후인 1840년, 슈만은 이 교향곡에 대한 논문에서 “장 파울의 네 권으로 된 장편 소설에 비유할 만한 천계(天界)의 유장(悠長)함”이라고 극찬하였고, 이를 계기로 ‘천계의 유장함’이라는 표현은 “그레이트” 교향곡을 규정하는 말로 자주 인용된다.
곡은 총 4악장으로 이뤄져 있다. 작곡 당시 머물렀던 그문덴과 가슈타인에서 느낀 자연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긴 1악장에 이어 동유럽의 겨울을 연상시키는 음울함이 2악장에 드러난다. 짧고 흥겨운 전통적 스케르초 대신 슈베르트는 그야말로 장편소설처럼 장대한 교향적 스케르초를 3악장에서 선보였고, 피날레 악장에서는 바이올린 군의 반복적인 음형 속에 가곡풍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의 선율과도 닮아 두 작품의 연계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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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향공연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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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향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 |
대구시향 줄리안 코바체프 상임지휘자는 “슈베르트의 ‘그레이트’ 교향곡은 약 1시간 남짓의 대곡이자, 가곡이 아닌 교향곡 작곡가로서도 뛰어난 자질을 보인 슈베르트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또, 우종억 작곡가의 ‘운율’은 작곡자나 대구시향 모두에게 뜻깊은 작품이고, 이번 정기연주회를 통해 관객들에게 다시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지금의 위대한 클래식 명곡들도 그 시작은 새로움이었을 것이다. 그 새로움과 위대함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이번 공연에 많은 기대 바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문의 : 대구시립교향악단 053-250-1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