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의 '기억공작소記憶工作所 A spot of recollections’는 예술을 통하여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하여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들을 담는 전시이다.
기억공작소는 창조와 환경적 특수성의 발견, 그리고 그것의 소통, 미래가 곧 현재로 바뀌고 다시 기억으로 남을 다른 역사를 공작할 것이다.
2019년 기억공작소의 첫번째는 김성룡작가의 전시로 시작된다.
'김성룡, 흔적-비실체성'전이라는 제목으로 2019년 1월17일에서 3월31일까지 74일간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전시된다. 작가와의 만남은 1월 17일 오후 6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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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07.5x78.2cm, 종이에 유성볼펜과 먹, 2008 |
전시는 예사롭지 않다. 전시장 입구의 천장 높이 벽면에 걸린 어두운 색 부엉이 그림 ‘새벽’이 그렇고, 조금 더 안쪽의 정면 높은 벽에 걸린 3점의 그림, 날렵한 날개와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매를 품으며 꿈틀거리는 나무와 숲과 바다를 그린 ‘새벽’, ‘바농오름-깊은 잠’, ‘공의 뜰’이 그렇다. 그 좌측 벽면에는 숲의 정령이 흰 비둘기를 안고 왼손을 쳐들어 주문을 외는 그림 ‘숲의 사람’이,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면 해골무늬 표피의 표범이 석류나무가지 위를 걷고 있는 그림 ‘섯알오름’과 그 좌측으로는 발기한 고흐가 해골을 품은 숲을 바라보고 있는 ‘반 고흐의 숲 2’가 그렇다. 그 아래에는 섬세하고 연약한 감수성의 ‘소년’ 그림이, 그 우측에는 발광하는 노랑 빛을 배경으로 몸속의 혈관이 나뭇가지처럼 뻗어 숲으로 확장하는 듯한 ‘반 고흐의 숲’이 그렇다. 여느 그림과는 아주 다른 그림들이다. 심미적審美的 재현再現이기 보다는 몽환夢幻처럼 초현실적인 심상의 사실적인 서사敍事를 떠올릴만한 비실체성의 생생한 흔적으로서 회화이며, 이 회화들은 비실체성非實體性, 정령精靈, 기운 등을 온몸으로 전율하게 하는 구조構造로서 김성룡이 생각하는 리얼리즘 혹은 초이성적 경계를 넘나드는 동시대미술이다.
김성룡은 필기구인 유성 볼펜을 이용하여 형상 이미지를 집요하고 정밀하게 그려온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몇몇 알려진 평문을 통하여 작가의 독자적인 시각과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김종길에 의하면, 김성룡은 “현실이라는 리얼리티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부조리한 세계의 찰나를 붙잡으려는 세계 인식을 통하여 슬픔, 공포, 죽음, 어둠의 색채들로 구성된 회화들이 기쁨, 환희, 삶, 빛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드러낸다.”고 했으며, 강성원은 “김성룡 작업들의 주된 예술적 계기들은 오욕汚辱에 의한 상처들을 어루만지고, 잃어버린 생의 신화화를 통해 개인의 역사의 서기瑞氣들에 대한 동경을 회복시키고자하는 의지에서 출발한다.”고 했고, 고충환은 “김성룡의 그림에 나타난 폭력성은 그 실체가 희미하기만 한 존재의 심해를 건너가는 도구이자 무기다. 작가의 그림은 그대로 그 심해 한가운데서 만난 풍경을 현실의 표면 위로 길어 올린 것이다.”고 했다. 또 이영철은 김성룡의 작업에 대해, 우리의 감정을 건드리는 도화선으로서 존재의 폭력성과 자연의 마성魔性을 언급하며, “예술의 인습적 역사 너머 초 이성의 공간을 걷고 있는 작가의 그림 속에는 과거에 겪었거나 현재 자신을 심부에서 휘젓는 어떤 것이 숨 쉬고 있다.”고 그 태도를 평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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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사람, 110x80cm, 종이에 유성볼펜과 혼합재료, 2007 새벽, 130x162cm, 캔버스 위에 아크릴릭, 2017 공의 뜰, 162x130cm, 캔버스 위에 아크릴릭,2017 바농오름-깊은잠, 162x130cm, 캔버스 위에 아크릴릭,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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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농오름-깊은잠 162x130(100호) 캔버스 위에 아크릴릭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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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구 기획자는 '숲의 기묘한 징후들을 감성과 이성으로, 다시 초이성적으로 드러내려는 이번 전시, ‘흔적-비실체성’에서 김성룡의 미술행위는 공간의 틈새마다 느껴지는 푸른 공기의 흐름처럼 작가의 시선 속에 포착되어진 역사적, 신화적, 현재적으로 감도는 정령의 숨결 같은 대상들과의 조우로서 작동한다. 또한 김성룡의 숲은 자연과 이어지고 자연과 통하게 하는 비실체성으로의 통로이며, 인간의 초월적 영역에 관한 경외심의 또 다른 흔적이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서 한 점의 그림은 그저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자의 내부 속에서 들어간 채, 그 보는 자와 함께 하는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김성룡의 숲은 숲을 보는 자, 즉 관객에게 이미 체화해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은 초이성적이고 몽환적인 회화들로 인한 사실적인 시각체험을 통하여, 상상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관객 스스로 이미지에 대한 감수성과 의미와 힘을 발굴해내는 새로운 리얼리즘의 기억공작소를 경험함으로써 예술에 관한 우리 자신의 태도를 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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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고흐의 숲2, 180x130cm, 종이에 유성볼펜과 아크릴릭, 2014 소년, 109x79.5cm, 종이에 유성볼펜과 혼합재료, 2003 섯알오름, 181.8×227.3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6 반고흐의 숲, 158x110cm, 종이에 혼합재료, 2008 숲의 사람, 110x80cm, 종이에 유성볼펜과 혼합재료, 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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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고흐의 숲2, 180x130cm, 종이에 유성볼펜과 아크릴릭, 2014 |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생전의 내 아버지는 나고야에서 태어났고 중학교까지 마친 후 한국으로 왔다. 그런저런 이유로 나는 다시 나고야에서 전철을 타고 낯선 일본 시골마을에 내렸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금빛잉어들이 놀고 있는 오래된 석조다리를 건너간다. 하굣길의 남녀 고등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내 옆을 스쳐 지나간다. 순간 그들의 교복에서 풀빛냄새가 난다. 이 마을은 온통 짙은 강물 냄새와 천리향 냄새가 가득하고 햇살은 따스하다. 무심하게 마을길을 걷다가 가장 낡은 일본 전통가옥의 뒤뜰에서 마른 나뭇잎을 주어서 손으로 부벼 본다. 나는 이 마을의 집들과 나무들과 길들을 스케치하거나 사물들을 흔적들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곧 저물 무렵이어서 할머니가 주인인 식당에서 따뜻한 덮밥을 먹고 .30대 여성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멋진 인테리어의 옷 샵에 들렀었지. 그 디자이너가 만든 옷들은 흑백의 절제된 모노톤의 모던한 디자인이어서 좋았다. -중략-
나는 본 일이 없다. 앞서가는 나의 저녁그림자가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를. 생멸문 앞에서 어떤 이유도 잊고 서성거리는 내 모습은 천리향 나뭇가지에 걸린 채 펄럭거리다가 허공으로 날아가는 검은 비닐봉지였다.'라고 밝혔다.
전시문의는 053)661-3500, bongsanart@korea.kr, www.bongsanart.org로 하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