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면이 유리 벽면으로 구성되어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람방식과 도심 속에 위치해있는 장소 특성으로 잘 알려진 봉산문화회관의 아트스페이스「유리상자」는 어느 시간이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민이나 작가들에게나 선호도가 높은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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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경 |
2019년 유리상자 첫 번째 전시, 전시공모 선정작 「유리상자-아트스타 2019」Ver.1展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이은재(1972년생)의 설치작업 ‘겹쳐진 장면’이다.
이 전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시공간적 생태와 사물 흔적들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감수성을 시각화하려는, 어쩌면 어떤 이에게는 낯설기도 한 생태 순환계의 가상과 실상이 겹쳐지는 상태에 관한 작가의 보고서로, 작가는 세계의 끊임없는 변화 상태가 어떻게 보이지 않는 실체들과 관계하는지, 또 이들 상황들이 우리의 감수성과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예술의 영역으로 편입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흥미로운 질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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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쳐진 장면 / 혼합재료 / 가변크기 /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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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쳐진 장면 / 혼합재료 / 가변크기 / 2018 |
작가는 4면이 유리로 구축된 천장 높이 5.25m의 전시 공간에 자연의 숲을 닮은 생태계를 조성하였고 연못과 이끼, 나뭇잎과 나뭇가지, 식물의 넝쿨과 돌, 그물망과 계단, 여자 마네킹과 남자 인물상, 나무로 만든 사슴의 머리, 소금에 절인 종이, 의자, 액자, 화분, 타일붙인 쇼파 등 수많은 사물과 상황들이 서로 엮여있는 작품이다. 이 생태계는 작가가 생각하는 시간과 상황과 물질의 변화에 관한 시각적 이미지의 설계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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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쳐진 장면 / 혼합재료 / 가변크기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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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정종구는 '유리상자 안에 설치된 오래된 사물의 흔적은 완결된 구성물이기보다는 주변의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지 변화 가능한 유동적인 상태이고, 현재 진행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중요해 보입니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상태라는 의미는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자연’을 상징한다는 설명으로 이어지고,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일부로서 세계의 ‘변화’ 자체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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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쳐진 장면 / 혼합재료 / 가변크기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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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진 유리상자는 다름 아닌 보이는 가상과 보이지 않는 실상이 겹쳐지는 현실 세계의 성찰을 반영하는 ‘실체’의 고찰이며, 작가에게 있어서 변화의 상태는 인간 중심적인 자기 이해가 아니라, 우리들 현실의 삶을 숙고하고 그 대응 태도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려는, 그 속에 예견된 자연 ‘실체’에 대한 경외심을 공감하여 드러내려는 것입니다. 어떤 변화의 현실을 보이지 않는 내면적 ‘인식’ 행위로 번안하려는 이번 유리상자는 변화하는 일상의 가치 속에서 예술의 유효성을 추출하려는 작가 스스로의 질문처럼 보입니다. 사실, 이 질문은 변화變化와 균형均衡을 담보擔保하는 자연설계自然設計에 관한 것입니다. 이 ‘자연으로부터 설계’는 ‘겹쳐진 장면’이라는 시각적 해석으로서, 모든 사물은 성질과 모양, 상태가 바뀌어 달라지며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과 변화로부터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고 고른 상태가 되려는 것처럼 끊임없이 변화와 균형의 순간을 이어 순환할 수밖에 없다는 보이지 않는 실체의 체계를 깨달은 작가의 언급입니다.' 라고 전시소개에서 밝혔다.
이전시는 2019년 1월 11일부터 3월17일까지 66일간 펼쳐지며 작가만남은 2019년1월17일 목요일 오후 6시에, 워크숍은 2월 23일 토요일 오후3시에 열린다.
전시문의는 봉산문화회관 www.bongsanart.org,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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