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신라에서는 2018년 8월 31일부터 9월 25일까지 개념미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창서의
박창서_삶의층위_ 2018 |
이번 전시제목인 ‘The Stratigraphy of Life(삶의 층위)’는 전시주제이고 작품의 주제로 ‘Ephemeral Line(단명하는 선)’이라는 타이틀로 현장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를 통해 우리는 선들, 즉 직선이나 곡선 혹은 비가시적인 선들을 조우하게 된다. 이 선들이 ‘무엇’인지, 그것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를 우리는 감상적 측면을 통해서는 알 수 없다. 기성의 통념이나 개념의 해체를 통해 선(line)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있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의식’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또한 시간이 퇴적되며 생성된 층위들과 차이가 교차하며 발생되는 선들을 보여주는 드로잉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작가는 타자에 의해 그어진 직선들과 우연적인 선-시간적, 역사적으로 겹겹이 쌓인 층위들을 따라 뿌려지고 흐트러지고 가라앉으며 생성된 선- 들의 위상적 차이를 동시에 보여주고자 한다.
그는 이질적인 사물이나 세계가 만나고 차이를 드러내는 순간과 장소를 찾고자 한다. 구획된 세계를 벗어나 흐르듯 뿌려지면서 생성된 비가시적인 경계는 바로 지정학적, 역사적, 정치적 혹은 미학적 가장자리로 볼 수 있다. 작가는 이 가장자리를 주목하며 관객과 함께 하기를 바란다.
박창서_삶의층위_2018 |
"지형등고선의 모습을 띤 판넬들이 사람 허벅지 높이까지 올라와 있다. 그 위로 누군가 쉴 새 없이 떨어뜨린 하얀 석고가루는 그 판넬의 넓이 전체를 덮어버린다. 지극히 자명한 중력의 법칙에 따라 알갱이들 중 일부는 판넬의 표면 위에 쌓이고 일부는 판넬의 아래 퇴적된다. 그러면서 판넬 가장자리의 자른 선, 그리고 판넬을 관통하는 간극선의 모양이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지층 표면의 일부를 이루게 된 가루는 저 아래로 떨어진 가루와는 무심하리 만치 그 ‘차원’을 달리한다. 지형 모델, 그것을 관통하는 불연속선 그리며 퇴적되는 석고가루는 철저히 ‘무관심성’과 ‘냉철함’으로 다가온다. 어떠한 은유나 감성적인 어필, 눈속임도 없다. 그 자체로 어떤 의도나 관념의 은유라기보다는 불가피하게 은유적 수사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관객 앞에 그저 서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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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서 작가는 특정한 단편적 주제들보다 그것들이 이루는 지층의 가장자리와 틈새로 새어나가는 것들에 집중한다. 지층을 관통하는 과감한 간극은 과거를 갱신함을 넘어 역사-지층의 두께를 극복하려는 작가의 반성적 노력을 암시한다. 동시에 이 간극 사이로 떨어지는 가루는 그 노력의 이면으로 잊혀지지만 지층 표면과는 다른 차원에 쌓이는, 불분명하지만 작가(또는 집단의) 뇌리에 남겨지는 흔적들을 가리키는 듯하다. 이 흔적들이 소리없이 우리의 의식 바깥 어딘가에 쌓이고 있고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언제 드러날지 아무도 확실하게 알 수 없다. 하늘 위 ‘매의 눈’으로는 역사의 무의식까지 볼 수 없다. 그는 간극을 찾아내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그 간극으로 들어가 자신의 시선을 벗어나는 가루에 충실하며 자의식에 대한 비판을 끝없이 이어 나가려는 것이 아닐까."
전시평론 (“삶의 지층” : 눈처럼 내려 흙처럼 쌓이는 역사 _ 손지민)중에서 발췌
전시문의
GALLERY SHILLA대구광역시 중구 대봉로 200-29
053 422 1628 / 070-4119-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