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철학자들과 예술가들은 세계의 자연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가설과 주장을 펼쳐왔다. 이들은 세계의 혼돈 속에 질서와 다양성의 근원을 찾고자 했고, 운동과 변화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질료와 형상의 관계는 무엇인가? 등 물리학의 기초가 되는 질문들을 던졌다. 이들이 던진 질문과 설명은 수천 년 동안 기초과학의 토대가 되었고 과학의 발전을 유도해 왔다. 인간의 창의적 사고를 따라 검증하고 발전해 가든 과학은 순식간에 철학을 추월하여 더 이상 뒤처져있는 철학과 예술이 필요 없다는 듯이 혼자 앞서가고 있다. 이러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인류의 삶을 바꾸기 시작했다.
산업혁명의 시작은 석탄을 이용한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기계화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그 이후에 2차 산업혁명은 전기를 이용하여 자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하여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의 발전으로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가상공간을 구축하고 정보 기술 시대를 열었다. 정보 기술을 기반으로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성(Hyper-Connected)’, ‘초지능화(Hyper-Intelligent)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인공 지능(AI), 사물 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 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뜻한다.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등 지능정보기술이 인간과 인간, 사물과 사물, 인간과 사물을 연결해 더 지능화된 사회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는 기존이 산업혁명과 확연히 차별화되어 더 광범위한 변화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거대한 기술적 변화는 규모와 속도가 매우 크기 때문에 우리 사회구조를 매우 빠르게 변화시키고, 매우 강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능화된 사물과 기계들이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에 대체되어 더욱 심각한 양극화를 가지고 올 것이다. 예술 분야 또한 이러한 변화에 안전하지만은 않다. 기술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은 예술 산업에 매우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미술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끊임없이 자연의 대상을 재현 하고자 노력했다. 많은 화가들은 실재 색을 재현하고자 안료를 개발하고, 공간을 재연하기 위해 그림 안에 원근법을 표현했다. 이후 기술의 발전으로 대상을 그대로 복제하는 사진을 발명하고, 그 사진은 시간까지 재현하는 움직이는 그림 즉 영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대상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VR)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초지능화로 발전된 인공지능(AI)이 화가를 대신하여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술적 기교를 중요시하는 예술 활동은 더 이상 인공지능화된 기계의 기술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물질적 가치만을 중요시하는 사회구조 속에 철학과 예술적 활동이 소외되는 반면 과학과 기술적 가치에만 주목하고 발전 시켜왔다. 이러한 양극화된 불균형적 발전은 개념을 상실한 과학기술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해 왔다. 4차 산업 혁명은 이러한 불균형을 줄이고 성공적인 발전을 위해 브리콜라쥬(bricolage)라는 핵심개념을 중요시하고자 한다. 브리콜라쥬란 한정된 자료와 도구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창조적이고 재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브리콜라주의 예로 스티브 잡스 자신이 그 모든 기술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기술과 재능을 조합하여 최고의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예술가의 창의적 사고와 활동이 4차 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중요한 요인으로 보는 관점인 것이다.
홀로 독주하던 과학기술이 개념을 상실한 체 더 나아갈 방향을 잃고 방황하면서 창조적 활동을 하는 예술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기술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예술적 활동보다 창의적 사고를 중심으로 창조적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이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시대의 주역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