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The Fifth Element)라는 영화가 있다. 1997년 작품이니 벌써 20년 전 상영되었던 영화다.
내용 중 외계 생명체가 오페라 “루치아 디 람메르무어라”에 나오는 ‘광란의 아리아’(scena della pazzia)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오페라 아리아를 인간보다 더 잘 부르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2018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완벽한 로봇디바 에버”를 연출을 하면서 신기하게도 제5원소의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물론 에버는 로봇이고 영화는 외계인이었지만 그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판타지(fantasy)가 20년 후 현실로 다가 온 것에 대한 충격이 상당했던 것은 사실이다 .
요즘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 중 하나가 ‘제4차 산업혁명’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통해 실재(實在)와 가상이 통합돼 사물을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상 물리 시스템의 구축이 기대되는 산업상의 변화를 말한다.
이 새로운 물결 속에서 ‘문화예술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 것인가’가 예술계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이며,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의 가장 큰 이슈이자 사회 전반의 화두(話頭)이다.
‘STEAM’라는 말이 있다. 과학 (Science ), 기술 (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 (Art), 수학(Mathematics) 즉 모든 학문의 융합을 뜻한다.
이 융합의 중심에는 ‘창의성’(creativity)이 가장 중요하며 앞으로 예술은 누가 어떻게 창의성을 가지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창의성은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인간의 영역이다. A.I도 인간의 창작물이며 인간의 지식을 습득하고 데이타화 시켜서 발전해간다.
많은 부분에서 A.I가 인간을 대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창의성의 응집체라고 할 수 있는 예술 분야는 인간이 독보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부분이며 대체 불가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처음 자동차가 생겼을때 말을 타고 10시간 가던 길을 자동차로 1시간에 가는 것이 가능했을때 사람들은 9시간의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탁기가 보급됐을 때 사람들은 적어도 하루 3시간의 여유를 가지게 될 것이라 말했다. 컴퓨터가 생기자 사람들은 마침내 일로부터 해방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떠한가? 수 많은 예언가들의 예상과 달리 24시간이 모자른 현대인이 더 많아지고 더 피곤한 삶을 살며 더 빠르고 소모적인 현대에 살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인간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존재이다. 삶이 바빠질수록 좀 더 느린 편안함 속에서 안정을 찾고 싶어하는 동물이다. 예술은 그런 휴식처를 제공하고 인간이 에너지를 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을 준다. 또 인간이 창작을 가능하게 하는 영감이나 창의력을 낼 수 있게 하는 것도 예술이다.
제 4차혁명시대, 앞으로 예술가들의 영역이 사라질까 우려하는 소리가 많다. 시대에 따라 예술 형태의 유기적 변화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필요한 직업 중 하나가 예술가가 아닐까?
그렇기에 미래 예술가들은 AI와의 싸움에서 더욱 존재 가치와 독보적인 영역을 가질 수 있을 듯 하다.
이 기사는 문화예술리뷰잡지 2018년 5-6월호에서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