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2018월 4월13일에서 7월1일까지 기억공작소 유비호전이 열린다. 기억공작소 전시는 미술을 통하여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하여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유비호작가는 미디어아트전공자로 시리아전과 6.25전쟁을 오버랩해서 영상작업으로 표출하고 시리아난민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향과 그리움에 대한 영원한 기억은 공통된 것이 아닐까? 전시문의는 봉산문화회관 053)661-3500, bongsanart@korea.kr, www.bongsanart.org로 하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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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기억’이라는 명제의 이 사진 작업은 최근 베를린에 정착한 20~30대 시리아 난민 8명을 섭외하여 나이든 노인으로 분장扮裝을 한 후 촬영한 사진이다. 이 작업의 아이디어는 한국전쟁으로 인하여 70여년 이산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는 어느 노인의 인터뷰를 보면서 시작되었다. 전쟁발발 당시 중학생이었던 그는 인터뷰 당시 이미 늙은 노인이 되어있었고, 그는 자신의 부모를 무척 그리워하며 눈물짓고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죽은 뒤에야 자신의 부모를 만날 수 있는 인터뷰 속 노인의 운명에 무척 슬펐고, 동시에 가족구성원 모두 심지어 인터뷰 상황 속의 어린아이마저 늙어버린 그의 가족사진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고 한다. 현재 유럽에 들어온 난민들의 가족 대다수는 뿔뿔이 흩어져있다. 이들은 서로 만나서 함께 살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아 그들의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깊어져 ‘영원한 기억’이 되고 있다.
이곳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서부터 바다의 파도소리와 함께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운드 작업, ‘보이드’도 역시 아키알라 해변에서 채집한 사운드를 변조하고 편집한 것이다. 이 작업의 아이디어는 그리스 신화 속의 비극적 인물 중 하나인 오르페우스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지하세계에서 사랑하는 애인의 영혼을 데리고 지상으로 나오려는 오르페우스의 심리적 상황이-공포, 불안, 기대, 희망 등이 복합적으로 일렁이는- 가족과 애인을 죽음의 세계로부터 탈출시키고자 하는 시리아 난민의 마음과 닮았을 것이리라는 착안에서이다. 작가는 이들 난민의 그리움을 상상하며, 고독한 동굴 혹은 우주 속 인간 본연의 영원한 기억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유비호는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시각예술에 관해 영리한 설계자이다. 그의 미술행위는 지금, 여기 삶의 구조와 현상들에 대한 사변을 바탕으로 현실사회에 대한 비판적 관심과 미적 사유 사이에서 시각적인 구체성과 서사를 드러내는 것이며, 관객으로 하여금 작가 자신이 설정한 인물로 분扮하도록 상황을 설계하는 것이다. 우리 눈앞에 펼쳐진 ‘영원한 기억’은 다름 아닌 자아와 현실 삶의 성찰을 반영하는 감성적 분扮의 설계이며, 이때 작가가 다루려는 것은 도외시되었던 생명 경외의 반성이기에 앞서 삶을 응시하고 인간의 깊은 본성을 드러내어 공감하려는 태도에 관한 것이고, 현실 삶이 예술과 관계하는 지점에 대한 예지叡智적 해석과 미묘하지만 생생한 예술적 장치에 관한 유효성의 추출이다. 현실REALITY를 인간 스스로의 생동生動 공감으로 확장하려는 이번 전시 ‘영원한 기억’은 낯선 일상에 반응하는 ‘공감’의 기억으로서 우리 자신의 태도들을 환기시켜준다.
봉산문화회관큐레이터 정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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