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주제를 논하기 전에 이 글에서 말하는 ‘공공기관’이란 시·군 단위 문화예술 관련 기관을 지칭함을 밝혀두고자 한다. 모두를 위한 예술, 즉 ‘예술의 공공성(公共性)’은 위 기관에 근무하는 관계자라면 한 번쯤 고민해본 주제이자 공통된 핵심 과제일 것이다. 그렇다보니 많은 전문가들이 이와 관련된 연구와 논의를 거쳤으며, 어느 정도 해답이 나와 있고 거기에 대한 공감대도 이미 충분히 형성되어져 있다고 보여 진다.
그래서 필자는 주제의 해답을 문화예술 관련 기관의 ‘역할’과 ‘기능’면에서 생각해보면 그 속에 정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여 이를 중심으로 논하고자 한다.
문화예술 관련 기관의 역할과 기능은 시대의 따라 변화해 왔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아마도 2000년을 기준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그 이유는 2000년도 이전까지는 전문 예술가들이 중심이 되는 ‘예술생산’ 기지였다고 본다면, 이후부터 예술소비자(지역민)와 예술가가 함께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며 희망을 나누는 소통의 장(場)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여 지기 때문이다. 이는 시민들의 문화적 수준이 높아져 문화 향유의 방법이 간접 체험에서 직접 체험으로 바뀌어 지면서 생겨난 변화이며, 무엇보다 90년도부터 다양한 형태의 문화센터, 대학 등의 ‘평생교육원’에서 배출되어진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활동이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들어 이를 바탕으로 각 지역 문화회관마다 음악, 미술, 무용 등 다양한 분야의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모여 연습하고 발표의 장을 모색할 수 있는 ‘생활문화센터’와 갤러리의 높은 문턱을 낮춰 누구나 작품 발표를 할 수 있는 ‘대안 전시 공간(오픈형 갤러리)’ 또는 ‘버스킹 존(busking zone)’ 조성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의 결과로 예술에 관심이 있는 시민이면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연습과 발표 공간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문화예술’의 미래가 구체화되고 있다. 앞에 열거한 문화예술계의 새로운 현상들이 우리 시대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의 역할과 기능, 더 나아가 예술의 공공성의 비전(vision)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물론, 예술계의 몇몇 분들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하여 공공기관에서 저렴한 강의료로 배움을 제공하다보니 개인이 운영하는 예술 관련 학원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과 함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프로와 아마추어의 분명한 경계가 모호한 미술계는 프로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해주어야 할 아마추어 작가들이 프로 작가로 전향하여 상당수의 작품을 판매하는 것도 사실이라 당장은 프로 작가들에게 경제적 손실을 끼치는 것으로 보여 질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예술에 대한 기초 교양과 지식이 부족해서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찾지 않던 대다수의 일반 시민들에게 예술교육프로그램과 간단한 예술체험을 통해 예술향유 방법을 습득, 또는 맛보게 하여 하나 둘씩 예술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 예술소비의 즐거움을 알게 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화예술 향유자들은 가까운 미래에 자발적인 예술소비자가 되어 지역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열렬한 지지층이 되어줄 것이며 이는 문화예술 기관들에게 재정적 이익뿐만 아니라 고정적인 문화예술 소비를 담당할 수요층으로 작용하여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예술의 공공성(公共性)’은 창작자와 예술소비자가 부담 없이 만나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고 조금씩 눈높이를 높여가며 예술작품 속에 감춰진 인문학적 토론을 나눌 수 있는 수준의 예술을 서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공공기관에서는 창작자와 예술소비자의 다양한 만남을 주선하고, 그 결과를 도출하여 또다시 눈높이를 맞추고 만남을 주선하는 일을 끝임없이 반복해야 할 것이다. 이런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예술가는 창작의 원동력을, 예술소비자는 현대인의 삶에서 빠지기 쉬운 깊은 성찰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 된다.
끝으로, 이 글을 통해 10여년간 공공기관에 근무했던 지난 시간들을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바쁜 일정을 핑계로 거치지 않았던 모든 사업들에 대한 자기반성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늦었지만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매거진 사각’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짧은 소견을 마칠까 한다. [기고 류종필 아양아트센터 전시/교육담당]
문화예술리뷰잡지 사각 2018년 3.4월호에 실린 기획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