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개발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술과의 만남, 호기심, 긍정의 무한 반복
요즈음 한창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인기다. 특정 가수에 대한 모창 능력자를 선발하는 한 케이블 방송의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에서 어느 한 최종 우승자의 소감이 인상 깊다. 한창 방황하던 고교 시절 어느 날 해당 모창 가수의 노래를 듣고 너무 감동을 받은 나머지 매일 그 노래를 들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 발매되는 음반은 한정판까지 섭렵해 모으며 콘서트 티켓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불사했다고 한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노래라도 들은 경험이 없었더라면 이와 관련한 2차, 3차의 소비가 일어났을까.
공연도 마찬가지다. 클래식이든 국악이든, 무용, 발레, 뮤지컬, 오페라 등 전 예술 장르에 걸쳐 우선적으로 직접 접한 경험이 없다면 예술 소비는 일어나기 힘들다. 다시 말해 잠재적 관객이 공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발전해 적극적 예술 소비자로 공연 상품에 대해 티켓을 구매하는 것은 다양한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아 점차 정보의 양과 깊이가 증가되어야 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NEA(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 미국교육협의회)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예술관람 실태조사에 의하면 앨런 앤드리슨은 예술 소비의 과정을 ‘무관심-관심-시도-긍정-수용-확신’이라는 여섯 단계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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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얼굴아트센터이클레시아 공연 _2015년 2월 _관객과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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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TV 광고 속 클래식 음악이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낯익음, 혹은 신선함으로 눈과 귀가 멈칫하는 순간이 있다. 귀가 간질거리고 심장이 두근대는 격정적인 바이올린 연주가 인상 깊어 연주곡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기 시작한다.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이다. 이는 평소 클래식에 문외한으로서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는 과정으로서 1단계 무관심에서 2단계 관심으로 넘어가는 단계이기도 하다.
다음 단계로는 클래식을 라이브로 들어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김으로서 공연장의 공연 정보를 찾아본 뒤 직접 관람하는 3단계, 시도에 진입하고 공연을 직접 관람 후 긴 여운이 남아 다음 기회에 재관람을 다짐하는 4단계 긍정적 평가에 이르게 된다. 4단계 긍정적 평가에서 5단계 수용으로 발전하는 것은 더 많은 공연을 관람하는 데 관심이 있는 단계에서 실제로 여러 공연을 관람하는 단계로 바뀌는 과정이다.
5단계 수용에서 6단계 확신으로 발전하는 것은 많은 공연을 관람하는데서 더 많은 공연을 관람하도록 관심을 갖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한 곡의 음악을 듣고 세상이 바뀌어보일 때가 있다. 이는 영화든 미술이든 상관없이 모든 예술 장르에 해당한다. 그렇게 마음을 뒤흔들고 남은 긴 여운은 다른 음악을 찾게 하고, 공연을 보고, 또 다른 예술 관련 소비를 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관객은 공연 관람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공연을 관람하는 과정을 거쳐 꾸준하게 성장한다. 관객 개발 관점에서도 고객만족과 제 구매 관람객을 통해 꾸준한 관객 확보와 가치 창출을 이루어낸다.
관객 개발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술과의 첫 만남이 이후 축적된 과정이 예술 소비를 만든다. 첫 만남을 통한 호기심과 관심은 그 다음 발전적 단계로 이어진다. 따라서 예술에 대한 경험, 그 자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
이성욱 / 공연기획자
-----------------------------------------------------------------------------이 글은 2016년 사각 창간호에 실린 글 입니다.
2016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