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이 지난 9일부터 「‘2018 GAP'전 - “현대미술? 잘 몰라요” : 미술 사용설명서(Art manual)」를 1~3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오는 3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유리상자-아트스타’를 통하여 소개되었던 64명의 작가 가운데 선정된 4명의 작가- 로리킴, 하지원, 김지훈, 서성훈-가 참여한다.
김지훈 작, 'HOM' 시리즈 |
봉산문화회관의 ‘GAP'전은 2007년 시작된 ‘유리상자-아트스타’ 전시의 후속 연계 프로젝트(GlassBox Artist Project)로 2012년부터 해마다 열려 올해 7회째를 맞고 있다.
협력기획자인 류병학 작가는 전시 주제를 「“현대미술? 잘 몰라요” : 미술 사용설명서(Art manual)」로 제안하고, 이 주제에 대한 결론으로 “당연히 현대미술에 ‘정답’이 없다”라고 말한다.
기획자인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트 정종구는 “워크숍 등을 통하여 관객들과 친해지려고 시도하는 측면에서, 또 작가와 관객이 현대미술에 대하여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이번 GAP 전시를 ‘미술 사용설명서’로 해석”되길 바랐다.
로리킴 작 '노방천' |
설치작업을 지속해온 로리킴(1983생) 작가는 2009년 유리상자 Ver.5 ‘Rising Dreams’展(9. 11.~10. 11.)을 통하여, 날개 혹은 꽃잎 모양의 노방천을 수십 겹씩 중첩하여 막 피어오르는 ‘희망’, ‘환희’, ‘꿈’ 등의 ‘가능성’과 ‘확장’ 이미지를 유리상자 공간에 설치했다. 작가는 이번 GAP전시에서도 한복을 만드는 노방천을 겹쳐서 ‘확장’ 이미지를 다룬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리상자 전시와 달리 관객이 그 ‘확장’ 이미지 속을 거닐며 직접 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매일 접하는 작고 하찮아 보이는 일상의 경험과 사유들이 점점 쌓이고 확장되면서 통합되어 세계를 대면하는 가치관으로 형성 되는 자신의 ‘확장’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회화와 설치 작업을 발표해온 하지원(1982생) 작가는 동료작가 이소연과 함께 2007년 유리상자 Ver.9 ‘So_ya & Ha_ji의 스튜디오를 들여다보다’展(9. 5.~9. 29.)에서 대학시절의 작품을 해체한 조각과 목재 합판, 골판지 등으로 구조물을 만들고 그 위에 다시 페인팅 하여 ‘성문’ 이미지의 가상 스튜디오를 형상화했다. 이곳에서 준비 과정을 거쳐 임의의 도시 한구석에서 전시하는 게릴라展 ‘야반도전’을 선보이며 이 당시 유리상자 전시의 목적이었던 ‘확장’ 개념을 실천하였다. 이번 GAP전시에서도 ‘확장’을 사유하는 작가는 가로 10미터 크기의 대형회화 작업 ‘무변세계’와 입체작업 ‘무제’를 출품한다. 이전 작품을 해체한 조각과 각목, 합판으로 재구축한 ‘무제’는 몇 년 전까지 사용하던 스튜디오의 좁은 실제 면적을 기초로 전시실 현장에서 축조한 구조물이다. 작가는 가상 혹은 실재하는 좁은 작업실의 구축, 과거의 작품을 해체한 조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방식 등 장소와 과정의 개념을 설치미술로 선보이며 또 다른 ‘확장’을 실험했다.
조각에 주변과 자신의 모습을 반영해온 김지훈(1975생) 작가는 2007년 유리상자 Ver.10 ‘김지훈의 스튜디오를 들여다보다’展(10. 5.~11. 3.)에서 고립과 소외의 공간인 자신의 지하 작업실을 주목하고, 그것의 ‘노출’에 대한 미술가로서의 감성을 입체 조각 ‘HOLE’로 시각화 했다. 이번 GAP전에서는 ‘HORN’ 1점과 ‘HOM’ 시리즈를 선보였다. 움푹 파진 구덩이를 조형했던 HOLE의 반대편 외부 표면 돌출을 조형화한 HORN 시리즈와 ‘볼록, 오목’ 두 가지의 요소가 공존하는 홈(groove, valley, boundary)에 주목하여 HOM 시리즈를 시작하고, 비누방울 거품을 닮은 최근 HOM 작업으로 이르는 사유의 ‘확장’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단조鍛造하고, 자르고, 붙이는 행위를 하면서, ‘흔적은 길을 만들고, 길은 관계를 만든다.’라는 삶의 지혜를 도출해내는 자신의 상태를 견주어 예술의 확장성을 소개한다.
개념미술 성향이 보이는 서성훈(1986생) 작가는 2014년 유리상자 Ver.4 ‘반야월 4.0LIVE’展(9. 19.~11. 16.)에서 비행기 소음이라는 자신의 특정한 청각적 ‘삶의 풍경’을 인터넷 생중계를 거쳐 전시공간에서 시각적 운동, 진동으로 변환하여 선보였다. 이번 GAP전시에서 작가는 소리에 반응하여 천장의 전등이 움직이는 ‘윗집 시끄럽네’와 파괴적 소음을 시각적 은유로 조각에 반영한 ‘소리조각’, 조각의 본질에 관하여 질문하며 ‘색 조각’, ‘부드러운 조각’ 등을 탐구한 흔적들을 함께 선보인다. 7미터 높이 천장의 매력을 고려한 소리조각 ‘기둥 2’는 거대한 스티로폼 기둥을 절단하여 다시 결합한 작업으로 각 덩어리의 색을 달리하여 균열의 경계를 강조하고 있다. 석고가루를 몇 가지 다른 색으로 염색하여 가장 기본적인 조소행위를 실험하며 조각의 본질을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