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오페라 <리골레토>로 개막한 후 한 달 여 동안 대구를 달궜던 제15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11월 12일, 오페라대상 시상식과 함께 진행된 ‘안젤라 게오르규와 함께하는 파바로티 서거10주년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축제 최고 오페라대상(大賞)의 영예는 지휘자 조나단 브란다니(Jonathan Brandani)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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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상 '오페라아이다' |
이번 제15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예년과 가장 차별화된 점은 매주 메인오페라 한 편씩 무대에 올린다는 기존의 공식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5주 동안 메인오페라 4편을 공연했고, 두 번째 주에는 전막오페라 대신 오페라 콘체르탄테 두 편을 소개하였다. 이로써 축제 전체 구성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편성할 수 있었고, 초대형 무대를 설치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실제로 오페라 <일 트리티코>의 경우 무대장치만 컨테이너 8대 분량의 초대형이었으며, 개막공연 이후 오페라 콘체르탄테를 평일에 공연함으로써 무리 없이 <일 트리티코> 무대를 준비할 수 있었던 셈이다.
개막작 <리골레토>와 함께 일찍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티켓 품귀현상을 빚은 <아이다> 등 대중들에게 비교적 익숙한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며 축제의 입소문 확산과 신규관객 유입을 노렸다면, 푸치니가 마지막으로 완성한 작품 <일 트리티코>, 창작오페라 <능소화 하늘꽃>으로 오페라 애호가 및 음악 전문가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다. 특히 세 편의 단막을 한 번에 공연하는 경우가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일 트리티코>는 다소 생소한 음악과 긴 공연시간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큰 호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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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트리티코 중 [외투]중 한 장면
| 일트리티코 중 [잔니스키키]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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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대구오페라하우스(대표 배선주)는 매해 축제 기간 중 최고의 기량을 선보여 축제의 위상을 높인 개인 및 단체를 선정해 오페라대상을 시상해오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축제기간 중의 전체 프로그램 및 인물을 대상으로 공정하고 엄정한 심사를 실시한 결과, 이번 오페라축제의 메인오페라 <일 트리티코> 지휘를 맡아 공연을 성공으로 이끈 미네소타 오페라단 부지휘자인 조나단 브란다니를 ‘오페라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특별히 신선하고 예술성 높다는 평가를 더하며 심사위원 전원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조나단 브란다니는 이외에도 오페라 <아이다>를 연달아 지휘하며 실력과 열정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당초 <아이다>를 지휘하기 위해 축제에 초청된 조나단 브란다니는 <일 트리티코>의 지휘자가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건강상의 문제로 하차한 후 갑작스럽게 공연에 합류한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다.
'작품상’은 오페라 <아이다>에 돌아갔다. 섬세한 연출과 화려한 출연진으로 높은 작품적인 완성도를 기록한 것은 물론 조기 전석매진의 기록을 세우며 오페라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부분을 인정받았다.
이어서 ‘성악가상’이다. 연출가의 의도를 완벽하게 표현한 연기와 절창을 선보인 <리골레토>의 소프라노 이윤정과 뛰어난 배역 해석력에 탁월한 성악적 기량까지 함께 인정받은 <일 트리티코>의 바리톤 김만수가 성악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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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중 한 장면 |
‘특별상’은 2017년 창단한 신생 합창단임에도 불구하고, 오페라축제 기간 동안 메인오페라 네 편에 모두 참여하며 매 작품마다 극의 완성도를 더한 메트로폴리탄오페라합창단이 수상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상주단체이자 오페라 전문 오케스트라인 디오오케스트라, 청소년합창단인 유스오페라콰이어에 이어 오페라 전문 합창단까지 갖추게 되면서 전국 유일 오페라 전문극장의 위상을 더욱 높이게 되었다는 평가가 덧붙었다.
그리고 창작오페라 <능소화 하늘꽃>의 연출 및 무대디자인을 맡아 초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정갑균 연출가가 ‘공로상’을 수상했다. 창작오페라 연출에 있어 특히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갑균 연출가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개관한 이래 창작오페라 <불의 혼>, <청라언덕>, <가락국기>의 첫 연출을 맡아 초연을 성공으로 이끈 바 있다. 이날 수상자들에게는 오페라축제가 특별히 제작한 상패와 함께 상금 총 600만원이 수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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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콘체르탄테_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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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은 15주년을 맞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특징 중 하나로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이 많았다는 점을 들며,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뛰어난 제작역량을 널리 알린 축제가 됐다고 평했다. 또한 한 주에 하나의 작품을 올리기 위해 많은 스태프들이 며칠씩 밤을 새워가며 작업하는 등 무대 제작과 연습과정에서 노고가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오페라 콘체르탄테 <박쥐> 공연에 출연한 뫼르비슈 오페레타 페스티벌의 조직위원장 페터 에델만(Peter Edelmann)은 대구 관객에 대해 ‘연령대가 매우 젊고 공연에 열정적으로 호응해 주어 인상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배선주 대표는 “단순히 가시적인 성과만을 노렸다면 메인작품들을 인기 오페라로만 구성해 객석점유율을 높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오페라의 미래와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창작오페라를 개발하는 것은 공공극장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제15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전체적으로 모험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통하여 축제의 구성이나 내용면에서 한층 도약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한다. 한국 오페라 탄생 70주년이 되는 2018년 또 한 번 발전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내년 2018 오페라축제의 도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