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첫개인전을 연 이후 2016년 #forsummer라는 이름으로 두번째 개인전을, 올 8월에 대구 남구 고미술거리에 위치한 갤러리 우후아에서‘약간의 거리를 둔다 ; betweenus’3번째 개인전을 연 신주현 작가를 작업실에서 인터뷰했다. 그의 작업실에서 작업과 사람과의 ‘약간의 거리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자기소개와 작품소개 부탁한다.
계명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에서 작가로 일하는 신주현이다. 막 개인전 한 번 마친 상태라서 아직 신진작가다. 작품소개 전에, 저는 인간관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서 아님 사물과 가까워지기 위해서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노력이 무조건 보상을 받는다는 법은 없다. 거기에 대해 더 이상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놔둬도 되겠다는 생각에, 이번 개인전을 그런 주제로 전시했다. 제목을 보면‘약간 거리를 두다’이다. 너무 가까우면 물건 사이에도 곰팡이가 생기듯이, 약간의 틈을 두면서 통풍을 하게 해서 서로 원활하게 살아가자는 의미로 작업을 하고 있다.
![]() |
이번 프로젝트 주제가 인간관계였다면 다음 주제도 인간관계로 할 것인가.
그 전 프로젝트도 인간관계였는데 그 전에는 내가 관계를 맺을 때 애를 썼다면 이제는 약간 개념이 바뀌었다. 인간관계지만 약간의 틈을 두겠다. 이 주제로 계속 될 것 같긴 하지만 이번 전시와 같이 내 생각이 바뀔 수 있다.
![]() |
작업실풍경 |
소개하고 싶은 자신의 작품이 있나.
이번 전시 메인 작품인데, 다른 잡지에도 실렸던 작품이다.
제목은 <시간차 공격>이다. 뭔가로 스며들기 위해서는 갑자기 다가가기보단 천천히 시간을 두고 공격한다. 그렇게 해서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것이 어떨까 하고 만든 작품이다.
![]() |
인간관계를 작품에 투영하는 건가.
그렇다. 예전과 똑같이‘인간관계’지만 방법이 조금 바뀌었다. 예전에는 친해지려고 막 걸고 했다. 이제는 그 사람이 어떤 성향인지 어떤 사람인지 더 탐구한 다음에야 다가가야겠단 생각이 든다.
색이 다양했던 예전과 다르게 최근에는 무채색에 가깝다. 그 까닭은.
이제는 사람을 좀 더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가는 사람이면 나도 천천히 가고, 확 다가오는 사람이면 나도 확 다가가고 그렇게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서로 덜 부담스러워지자 라는 생각이 큰 것 같다.
그러한 생각이 든 원인이나 계기가 있나.
살아가면서 인간관계의 범위가 점점 커지더라. 다양한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어디에 맞춰주기도 해야 하고. 내가 독불장군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니까, 휩쓸려간다기보다는 같이 스며간다 또는 흘러간다는 느낌인 것 같다. 대학교 1,2 학년 보면 “내가 나인데!”가 심하다. 그렇게 지내다보니까 부러질까봐 연해지고 싶은 그런 마음이 크다.
요즘 가장 관심 있는 분야나 도전하고 싶은 분야는.
페인팅 작업이 많은 편인데. 이번에 설치 비스름하게 했다. 벽에 테이핑을 이용해서 테이프랑 테이프 사이에 샘물을 계속 먹여서 침투되는 과정을 남겨두었다. 네모 칸 주목 해 보시는 분도 계신데 실제는 네모 칸과 네모 칸 사이에 스며드는 모양이 주인공이다. 이렇게 관계가 정립되는 거다. 도화지나 캔버스 위에 관계 정립을 하고, 관계를 위해서 샘물이 스며들고, 관계를 정리할 때는 테이프를 떼버렸었다. 떼버리면 하나의 그림이 되는 거지만 그 테이프를, 그 감정을 버리지 않고, 다시 한 번 설치했다. 감정이 쓰이고 버려지고 다시 한 번 쓰였다. 많은 사람과 있으면 힘들고 집에 가고 싶고, 또 집에 가면 외로워한다. 사람들은 혼자 살 수 없으니까 다시 한 번 관계를 맺겠다, 외곬으로 사는 것이 아닌 다시 한 번 같이 살겠다는 의미로 테이핑을 벽에다가 다시 설치했다. 캔버스가 좀 더 넓어지는 개념 같은 그러한 도전을 더 해보고 싶다.
작가로서 자신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 하는가.
수직, 수평을 잘 보는 것 같다. 초창기에는 수직, 수평만 이용했었다. 이번에는 테이프를 다시 잘라서 구불구불한 여러 가지 감정을 뜻하는 구불구불하게 사용했다. 요즘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이 많다. 저 역시도 요즘 사람이다 보니까 감정기복이 있다. 그 감정 기복을 제어하는 내 나름의 초능력? 같은 것이 생긴 것 같다. 내가 작업도 하지만 일도 한다. 드라마에 나오는 직장 상사와 불화가 생기면 불같이 싸우고 했을 텐데, 이제는 뭐 이겨내는 능력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게 또 작업에도 오니까, 이제 제어가 돼서 꾸준하게 작업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작품을 그릴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고,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스트레스를 잘 받기도 하지만 그냥 잘 푸는 것 같다. 여행을 즐기는 편도 아니고 책을 진득하게 보는 편도 아니다. 영감은 스토리 자체가 감정이고 인간관계이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는 것도 또한 영감이다. 이런 긴장감이 평소에는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이 호수라면 다른 사람을 만나면 탁 돌을 던지는 느낌이다. 인터뷰도 영감이고, 전시나 오픈식 또는 친구의 전시를 가는 것도 영감이다.
![]() |
계획 또는 지향하는 작가상은.
주변에 재밌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나랑 반대인 사람도 있고, 나와 똑같은 사람도 있는데 그 사람들에게 더 가까운 사이보다는 고마운 사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지향하는 작가상은 감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작가다. ‘로스코’라는 작가를 되게 좋아한다. 실제로 본적은 없지만 그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이런 말이 있다. 그 작가의 작품은 엄청 크고, 벽면만 하다. 그 작품들 앞에 의자가 하나가 놓여있다. 그 의자에 앉아서 관광객이 작품을 보다가 위로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 나도 그런 위로가 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을 그리고 싶다. 그런 작업을 할 만큼 발전하고 싶다.
이 지 희 |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