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신상욱 만나다.
정밀하고 완벽한 하나의 조각이 완성되기까지는 수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고된 인내가 필요한 작업을 하는 진지한 조각가를 상상하며 인터뷰에 임했다. 생각보다 유쾌하고 털털한 모습에 놀랐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변화를 시도하는 유쾌한 신상욱 조각가를 만나보았다.
여러 순수 미술이 있는데 그 중에서 조각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거창한 계기로 조각을 선택한 건 아니에요.(웃음) 미술을 해왔고 그림과 다른 조각만의 매력은 있죠. 그림은 표현할 수 있는 요소가 그림과 색채만의 한계가 있지만 조각은 그림과 더불어 매스, 질감, 색감 등 세 가지 모두를 충족시켜주잖아요. 그 점이 좋았어요.
작가님 작품을 보면 돌로 만든 작품이 많던데, 선호하시는 재료가 있나요?
선호하는 재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에요. 저의 초기 작품에는 돌로 하는 작업이 많았어요. 대학에서 배운 것들이 돌로 하는 작업을 많이 하기도 했고 돌이 좋았어요. 돌을 작업하는 것에는 단계가 있어요. 우선 전 거친 돌을 연마해서 광내는 작업을 좋아했어요. 돌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면 그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았거든요. 또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정질하는 느낌도 좋아했어요. 그렇게 돌 작업을 시작으로 계속 하다 보니 초기엔 돌 작업이 많아졌죠.
그런데 그 이후 작업스타일의 큰 변화가 느껴졌어요. 다양한 재료와 색감이 돋보여요.
돌 작업은 여건이 복잡해요. 자기 작업실을 다 갖고 있는 사람도 많이 없고요. 또 특색 있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사실 자기의 테마를 바꾸는 것은 굉장히 모험적인 일이에요. 도전을 하고 싶었어요. 최근 하고 있는 작업들이 원래 하고 싶었던 작업이기도 해요. 사실 돌 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었던 터라 선뜻하기 쉽진 않았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작가의 작업을 봤을 때 5년 10년 계속 똑같이 가는 것은 재미가 없는 것 같아요. 변함이 없는 것이 싫었어요. 실험인 것이죠. 조각가로 살아있는 한 계속 변화를 시도하고 도전을 할 것 같아요.
작업내용은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또 작업방식도 궁금해요.
저는 인테리어, 건축에 관심이 많아요. 일상 속 인테리어나 건축물을 보고 영감을 받는 편이죠. 근데 하나의 주제에 사로잡혀 있진 않아요. 미용실에서 미용가위로 한 작업을 한 적도 있고 한 재료를 고집하거나 하진 않아요. 만약에 뭔가 하고 싶은 조각이 생기면 시간이 날 때마다 최대한 작업을 하려고 해요. 실제로 작업 시간은 몇 일만에 끝나는 것에서부터 몇 달이 걸리는 것도 있고 많죠. 전시를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여건이 되면 무조건 작업을 해요. 그 때 그 감정으로 그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때 하는 것이 중요해요.
실외와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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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space 22 _ 13x84x8cm _ 스테인레스 |
조각가로서의 삶을 계속 하는 것이 쉽지가 않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뭘까요?
맞아요. 저만 해도 대학 시절 조소과에 다닌 친구들 중 현재까지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몇 없죠. 꿈만 가지고 살기엔 현실이 팍팍하니까요. 각자 위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일과 그에 따른 여건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니까요. 근데 저는 작업을 시작한 이상 계속 할 것 같아요. 작가라는 직함이 주는 사명감일수도 있고요 .또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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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space 16 _ 37x25x6cm _ 스테인레스 |
멋지네요. 그럼 조각가로서 최종적인 목표는 뭔가요?
건축과 조각과 하나의 공간이 하나의 랜드 마크로 형성시키고 싶은 것이에요 건물을 지어놓고 조각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지을 때 어떤 작품이 주가 되는 그런 장소를 만들고 싶은 거요. 건축을 예로 들면 하나의 조각기둥이 작품이 될 수 있죠. 저의 독자적인 작품으로 보는 경향도 좋아요.